시안_현수막_edited.jpg

LEE, Jung Yoon

CODE GREEN: FRAGILE PLANET

2022.09.17-10.28

작가노트

 2년이 넘게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린 COVID-19는 한 인간으로서는 물론 작가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프래임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본인은 지난 15년간 코끼리, 선인장, 넥타이, 하이힐 등 상징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생각을 스펙터클한 형태로 공간에 적용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거대한 공기조형물로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의 작업 역시 여전히 이어지지만, 일부 작업의 줄기가 방향을 바꾸어 뻗어 나간다.

  거세게 몰아친 시대의 변화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이 힘없이 시들어버린 꽃들과 오버랩 되면서 ‘부서지기 쉬운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생각은 연약한 꽃과 불안한 ‘유리’라는 재료를 활용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작업의 과정은 자투리 유리판을 갈아내어 가루로 만들고, 시들어버린 용도가 다한 꽃들 위에 그 가루를 뿌리고 가마에 구워내는 유리 퓨징 기법을 포함한다. 마치 연금술사가 마법의 가루를 뿌려 쓸모없는 것에서 빛나는 ‘금’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무기력하게 부수어졌거나 시들어버린 것들을 예술가의 행위를 통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한다.

  한편, 최근에는 고온의 액체 유리를 파이프에 말아 형태를 만드고, 각양각생의 생물이 자라나는 듯한 형태들이 비정형의 유리 덩어리 위에서 자리잡은 작업 ‘Fragile Planet 작업을 선보인다. 이는 우리가 어려운 시기를 전세계가 경험하는 사이, 얼마나 우리의 삶이 부숴지기 쉬운 토양 위에 존재하는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불안하지만 균형을 잡고 그 안에서도 무수한 생명은 싹을 내리고 꽃을 피우는 것처럼 현재의 삶에 대한 직관인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날 들이 대한 ’살아지는 노래‘이기도 하다.

  본인은 힘든 경계에서도 희망을 노래하고, 삶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프래임을 재구축 하도록 하는 것이 예술의 기능 중 하나라고 믿는다. 이번 전시에 보여지는 ‘Code Green’연작은 작가의 고민이 집적된 오브제인 동시에, 한편에서는 렌즈가 되어 의미 있는 그림자들을 만들어낸다. 이번 작업 과정을 통해 과거의 ‘나’.‘현재’의 나로부터 몇걸음 걸어 나와 다른 시각으로 삶을 통찰하고,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다양한 프레임으로 공간과 시간의 축을 재구성해보면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진통을 극복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과연 이 혼란의 시대에 예술은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해야하는지,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이 세상을 다시 바라보아야할 것인지. 그동안 교육받아온 모든 것을 뛰어넘은 완전히 다른 ‘생각의 축’을 찾아내어야 할 시기다.

 

지금, 내 가장 가까이 있고 내가 가장 잘 아는 것만 같았던 ‘초록(Green)’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이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