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의 계절 A Season of Grace
고우정 x 이선경
2025. 11. 28 - 12. 27
Opening l 2025. 11. 28 Fri PM 5:00

어컴퍼니에서는 11월 28일부터 12월 27일까지 고우정과 이선경, 두 작가의 전시 <사이의 계절>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사이의 계절>은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 사이,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의 문턱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경계의 시, 공간을 은유한다.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이 이 시기에 자리하며, 앞으로의 기대와 목표, 새로운 소망이 또렷하게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사이’는 단순히 계절, 시간의 경계만을 뜻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예술 장르가 한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간극과 긴장감, 도자와 회화라는 장르적 차이가 만들어내는 ‘사이’의 시선을 의미하기도 한다. 흙을 다루는 고우정 작가는 손끝의 감각을 통해 남겨진 감정의 파편을 도자 조각으로 형상화하고, 이를 하나하나 쌓는 구성의 설치 작업은 마치 소원을 비는 돌탑처럼 개인의 욕구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와 같다. 반면, 이선경 작가는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심리적 상황을 종이 위에 콩테라는 매체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자화상으로 자신의 감정을 조용히 드러내면서, 그 흔적을 통해 관람자에게 작은 위안을 건넨다.
두 작가는 매체와 기법은 물론, 작업의 과정들이 명확한 대비를 이루는데도 불구하고 각각의 조형 언어는 한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린다. 관람자는 두 작업을 오가며 이질적이지만 닮아 있는 정서의 결을 확인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이 이번 전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이’의 순간으로, 감정의 층위는 더욱 확장된다.
이번 전시 <사이의 계절>에서는 바쁘게 달려온 시간만큼 잠시 숨을 고르며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고우정과 이선경의 작업에 깃든 염원과 위안이 관람객의 마음속 소망을 환기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Art Works by - KOH, Woo Jung
고우정(b.1984)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을 도자에 담는다. 흙을 빚고 가마에 굽는 일련의 작업 과정은 의도와 우연 사이의 긴장감 속에서 진행되며, 손끝의 감각으로 빚어낸 도자의 형상은 불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를 거치며 또 다른 형태를 획득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감정이 지나간 후 남겨진 상흔을 드러내는 것에 집중하였다. 두상, 몸통과 같은 신체 부분이나, 부케 등 형상을 왜곡하여, 실체는 흐려지고 표피만이 남은 흔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고우정 작업에서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좌대의 활용이다. 좌대는 단순한 받침대가 아닌, 작가의 내밀한 욕망과 염원이 깃든 상징적 공간으로 작동한다. 도자 조각을 좌대 위에 한 점 한 점 쌓아가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성스러운 ‘제단’을 세운다.
이는 개인적 염원을 외부로 드러내는 동시에, 고여있던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남은 자의 기도의 제단 2025 Ceramics 가변설치
Art Works by - LEE, Sun Kyung
이선경(b.1975)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심리적 상황과 풍경을 자화상으로 담아낸다. 이선경의 자화상은 얼굴의 묘사, 재현하는 목적이 아니라, 내면 깊숙이 자리하는 감정의 층위를 포착하고, 보듬는 치유의 기록이다. 종이 위에 콩테로 긋고 쌓아 올린 선과 색, 그리고 고유한 질감은 감정의 궤적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작품은 작가 개인의 서사에서 출발하지만, 관람자는 그 흔적 속에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입하며 정서적 공감과 위안을 얻게 된다.
이번 신작에는 ‘빨간 독버섯’이 등장한다. 위로의 양면성, 즉 타인이 건네는 위로가 겉보기에는 달콤하고 매력적으로 보일지라도, 그것이 진정하게 맞닿지 못할 때 오히려 혼란이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남길 수 있음을 독버섯으로 비유하였다. 상처와 감정이라는 것은 극도로 개인적인 차원에 속하기 때문에, 선한 의도의 위로일지라도 언제나 온전히 전달되거나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작품 속 ‘빨간 독버섯’은 바로 이러한 사실과 진정한 위로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요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