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기문자의 정의
'광기문자'는 한글 풀어쓰기에서 한글의 자음을 알파벳으로 대체하고 모음은 한글 그대로 둔 글자이다. 이 문자는 언뜻 보기에 아랍 문자처럼 보이거나 읽을 수 없는 이미지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자의 구성 원리를 알면 이내 읽어낼 수 있는 문자로 변한다. 한글의 장점과 알파벳의 범용성을 결합한 광기문자는 짧은 시간의 학습을 통해서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자를 금방 읽어 낼 수 있는 묘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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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Kwang-Kee
Study room Project
Before and After
작가노트
대한민국 최남단에 가까운 제주 서귀포시에 차려진 어느 전시장에 가면 대문 옆에 공부방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알지 못할 문자들이 큼지막하게 나열되어 있을 뿐, 그것은 당장은 읽어낼 수 있는 익히 보거나 알고 있던
문자가 아니기에 갸우뚱 하게 된다. 글자는 읽어낼 수가 없을 때 문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며 이미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대문을 지나 공부방에 들어서게 되면 문자의 생성 원리를 풀이한 작품들을 하나씩 마주하게 되는데, 짧은 시간의 학습을 통해서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자를 금방 읽어 낼 수 있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도통 알 수 없는 수수께끼의 정답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게 되는 공허함이 밀려올지도 모를 일이다.
어쨋든, 텍스트와 영상이 나열된 공부방을 머물다 나오게 되면 대문 앞에 걸린 현수막에는 좀 전까지는 이미지로 보였을 뿐인 어떤 글자가 읽을 수 문자로 변해 있을 것이다.
외진 곳임에도 기어이 찾아온 관람객들에게 공부를 한자하고 돌아가는 듯한 뿌듯함을 안기는 훌륭한 공부방이 되기를 기원하며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_ 이광기
이광기는 부산에서 거주하며 영상과 설치, 사진, 네온 등 재료에 상관없이 작업을 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가끔씩 사회현상이나 실생활 주변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함을 주제로 작업을 풀어 가다보니, 주변에서 자신을 사회에 불만이 많고 그런 작업만 하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면서 불평을 한다.
2008년 제30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2009년 제9회 송은미술대상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3년에는 뮤지컬 등의 대형 공연을 하는 1,600석 규모의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상영회 형식으로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최근 참여한 단체전으로는 2020년 "기술"에 관하여(부산현대미술관), 2019년 바다미술제_상심의 바다(다대포해수욕장), 2017년 누적 관람객 22만명의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디뮤지엄/서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