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범 개인전
CANVAGRO
2025.06.14 - 07.19
어컴퍼니에서는 김기범 작가의 개인전 <𝘾𝘼𝙉𝙑𝘼𝙂𝙍𝙊>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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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목 <CANVAGRO 캔바그로> 는 ‘캔버스(Canvas)’와 ‘농사(Agro)’를 결합한 김기범 작가의 조어로, 회화의 전통적인 지지체인 캔버스를 하나의 경작지로 삼아 농부처럼 노동하고 수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에게 있어 회화란, 단순한 이미지의 생산을 넘어서 흰 땅 위에 씨를 뿌리고 땀을 흘리는 노동의 시간이며, 자연과 몸의 리듬 속에서 자라나는 과정 그 자체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유화 특유의 기름 냄새가 공간을 채운다. 이는 오랜만에 마주하는 회화의 물리적 존재감을 상기시킨다. 사각형의 캔버스 위에 펼쳐진 작품들은 어두운 톤을 바탕으로 다양한 색들이 중첩되어 깊이 있는 레이어를 이루며, 표면은 긁히고 밀린 자국들로 인해 거칠고 육중한 질감을 드러낸다. 화면을 덧입히고 다시 지우는 반복 속에서 작가의 신체와 감각이 개입하고, 붓질의 리듬은 마치 밭을 가는 농부의 손길처럼 치열하다. 농사의 시간성과 회화의 시간성이 서로 겹쳐지며, 그 속에서 생겨나는 색채의 흔적은 작가의 일상과 존재의 기록이기도 하다.
김기범 작가는 영남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흔히 작가들이 택하는 대도시로의 이주 대신 고향인 경주에 정착하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남들보다 이른 결혼과 생계에 대한 책임감 속에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은 잠시 미뤄졌지만, 생계를 위한 방편으로 시작한 캔버스 틀 제작은 그에게 회화의 ‘바탕’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손수 제작한 틀과 천, 그리고 그 위에 얹히는 물감과 시간들은 결국 그만의 회화 세계를 구성하는 재료이자 철학이 되었다.
사각의 캔버스 안, 또 다른 사각의 프레임 속에서 우리는 작가의 자유로운 붓질과 두터운 표면, 색채의 층위가 만들어내는 깊은 사유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선택한 ‘틀을 만드는 삶’은 그 자체로 또 다른 형태의 창작이었으며, 그것이 회화로 전이되며 지금의 ‘CANVAGRO’라는 작업 세계로 결실을 맺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삶과 노동, 그리고 회화에 대한 집요한 성찰이 응축된 김기범 작가의 개인전 《CANVAGRO》를 통해, 그만의 독자적인 회화 언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됨과 동시에 기술과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흐려져 가고 있는 회화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ART WORKS

흰색의 땅
붓은 쟁기가 되고 호미가 된다.
물감은 씨앗이 되어 적당한 유분과 섞여 거름이 되어 스며든다.
어느 날은 꽃을 심는다.
어느 날은 뿌리를 느껴보려 한다.
또 어느 날은 물감과 나의 교감에 대해 이해하려 한다.
투박한 감각의 행위 속에서 물감이 자라기도, 져 버리기도 한다.
수많은 우연의 행위가 꿈에 닿아지길 바라며 …..
고단한 몸을 쉬려 자리를 옮기면 한동안의 고요 속에서
흰색 땅과 기름은 나름의 질서를 드러낸다.
다음날 나는 또 지켜본다.
늘 그렇듯 현실은 꿈보다 고루하다.
작업실 입구에서 들려오는 '뭉치' 짖는 소리가 손님이 오신 걸 알린다.
오십평 남짓의 어지러운 공간에
맞이하는 손님과 서로 간 꿈들에 대한 대화들이 번잡하지 않게 이어지고
기름냄새 섞인 여러 가지 색들이 그나마 일상을 잊혀지게 돕는다.
그 만남의 시간들이 건강한 뉘앙스로 다시 자라나길 기대하며 …..
ARTIST NOTE
Exhibition vi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