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P20240920_205756093_3894FEB2-B9BC-46EE-A59A-4D7E2BD87C8B (1).JPG

삶의 정원에서

이선경

2024.09.28-10.19

어컴퍼니에서는 이선경 작가의 개인전 [삶의 정원에서]를 선보인다.

 

상처와 아픔을 지니고 사는 모든 이에게 작품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네 왔던 이선경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정원’을 단순한 공간이 아닌, 감정과 기억이 얽힌 특별한 장소로 바라보았다. 새싹이 돋고, 때론 비바람을 맞으며,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자연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의 순환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삶의 정원에서’ 마주하는 기쁨과 슬픔, 탄생과 죽음, 아픔과 상처 등의 다양한 감정과 닮아있다.

 

이선경의 작품 속 인물들의 시선은 항상 관람객의 눈과 마주치게 된다. 마치 서로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듯, 어떤 감정을 관통하는 듯 그림 속 인물의 시선은 보는 이에게 강렬하게 다가온다. 인물과 더불어 등장하는 식물, 꽃, 새, 나비 등 자연과 사물 등은 산책을 좋아하는 작가가 산책 중 만나는 일상적인 풍경들이다. 이러한 모든 풍경은 이선경 작가의 작품 속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상징적인 요소로, 작품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품 <해빙> 속에는 얼음에 갇힌 나비를 품에서 녹이는 한 소녀가 있다. 얼어버린 영혼을 다시 깨우는 의미로, 삶의 시간이 영원히 멈춰버린 소중한 존재를 향한 그리움이자, 다시 재회하고 싶은 염원을 담은 것이다.

 

‘꽃’은 인물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표현되며, 그중 ‘연꽃’은 떠난 이의 평안을 기도하는 헌화를 상징한다. 연못 등과 같은 ‘물’은 슬픔을, 우아한 날갯짓을 가진 ‘나비’는 떠나버린 자의 영혼을 은유하고 있다.

 

이렇듯 이선경의 회화 속에 숨어있는 상징과 은유는 다양한 정서적 공감을 자아낸다. 특히, 가장 애틋하고 가까운 존재였던 아버지의 죽음 이후의 삶 속에서 자신이 마주했던 감정들이 이번 출품작들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어 그 진정성을 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작인 종이에 콩테로 무수히 쌓아 올린 회화작업 및 드로잉 등 20여 점의 평면 회화뿐만 아니라 이선경 작가가 이제껏 전달해왔던 작품 속 이야기를 담은 에디션 100개의 아트카드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선경 개인전 [삶의 정원에서]를 통하여 작가가 건네는 따스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아픔과 상처를 품은 채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따스한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

삶의 정원에서

 

작고 소소한 정원 위로

새싹이 돋고, 비가 오고, 겨울눈이 사붓사붓 내리고

나는 때마다 얼었다가 젖었다가 따스하다가 다시금

매몰찬 바람에 꽝꽝 얼어붙었다.

 

화초를 키우다 보면, 아무리 정성을 쏟아도 마음먹은 만큼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포기하고 저만큼 밀어놓은 화분이

어느새 살아나 꽃을 피우는 기적을 경험하는 순간도 찾아온다.

태양의 힘이었는지, 바람의 마법이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두 손에 꽉 쥐고 있던 것들을 보내줘야 하는 시기가 있다.

그것이 과거의 명예였거나, 내 마음을 흡족하게 채워주었던

불필요한 반짝거림이였거나

이 모든 것들을 그저 놓아야 하는 순간들

두 손을 펼쳐 지나는 바람에 흘려보내고 나면

빽빽하던 정원에 새로운 공기가 채워진다.

 

삶의 정원에서

사계절이 지나는 매시간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다가, 다시 불행하다가

또한 감사해한다.

 

- 이선경

Exhibition view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