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애하는 알고리즘 : THE EMOTIONAL MATRIX
Apr.21 - Jun.6, 2026
Artist
베라 몰나 VERA MOLNAR
정혜련 JUNG HYERYUN
어컴퍼니에서 4월 21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친애하는 알고리즘 : The Emotional Matrix>는 컴퓨터 아트의 전설적인 개척자 베라 몰나 Vera Molnár 와 부산을 기반으로 동시대 미디어 설치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정혜련 Jung Hyeryun 작가의 작업을 통해 ‘알고리즘’이 어떻게 차가운 수식을 넘어 인간적 감각으로 치환되는지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 초창기 컴퓨터 아트를 개척하며 '계산된 미학'을 정립한 베라 몰나와 그 유산을 이어받아 기술을 유기적인 빛과 공간의 흐름으로 치환하는 정혜련의 작업을 나란히 배치하여 디지털 예술의 60년 연대기를 집약해 보여준다.
베라몰나: 기계적 상상력으로 일군 디지털 예술의 기원
베라몰나(1924~2023)는 1968년 소르본 대학에서 독학으로 익힌 포트란(FORTRAN) 언어를 예술적 창작의 도구로 삼아 '생성 예술(Generative Art)'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예술가다. 그는 남성 중심적이었던 초기 공학 및 예술계라는 척박한 토양 속에서도 컴퓨터를 단순한 기술적 도구로 머물게 하지 않고 작가의 사유를 확장하는 '상상 속의 기계(Machine Imaginaire)'로 승화시켰다.
2024년 어컴퍼니에서 아시아 최초로 개최된 베라몰나의 개인전은 1950년대 연필 드로잉부터 1970년대 플로터 프린터 드로잉, 2000년대의 페인팅까지 그의 전체 작품 세계를 조망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전 미술의 거장들을 알고리즘으로 오마주한 베라몰나의 작업을 선보인다. <Hommage à Dürer>는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 ‘멜랑콜리아’에 등장하는 마방진(Magic Square)을 현대적 언어로 소환한 작품이다. 작가는 0과 1의 이진법 명령어로 규칙과 구조를 설계하되 그 안에 의도적인 무작위성을 부여함으로써, 완벽한 수학적 질서와 유기적인 선의 흐름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하며 르네상스의 인문학적 전통과 디지털 기술을 예술적으로 통합해 냈다. 또한 클로드 모네의 <짚더미> 연작을 오마주하여 작가가 드로잉한 작품을 알고리즘으로 풀어내어 재창조한 작업들은 인상주의의 빛과 색채를 디지털 선의 리듬으로 치환하며 고전의 현대적 변주를 완성한다.
베라몰나의 작업은 종이 위에 심어진 정교한 ‘알고리즘의 씨앗’으로서 기술이 예술적 사유의 본질에 어떻게 닿을 수 있는지 증명한다. 특히 베라몰나의 작업은 여성 예술가가 기술이라는 차가운 영역을 주체적으로 점유하고 기계의 논리 속에 자신의 조형적 감각을 투영했다는 점에서도 귀중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는 기술을 남성적인 전유물로 보던 당대의 편견을 깨고 정교한 데이터와 직관적인 예술적 감성이 융합되는 지점을 포착해 냈다.
정혜련: 미디어 데이터의 공간적 전이와 레이어링의 미학
정혜련 작가는 베라몰나가 정립한 ‘계산된 미학’을 동시대적인 공간 설치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에서 정혜련 작가는 지역의 기후와 공기 온도에 반응하여 생성된 이미지로 이루어진 미디어 작품과 그 작품에서 캡처한 평면 작업 및 이미지의 요소들을 실제 전시 공간에 레이어링(Layering)하고 행잉(Hanging)한 공간설치작업을 선보인다.
평면 속에 갇혀 있던 미디어의 데이터들이 공간의 층위로 분리되어 공중에 부유하며, 관객은 2차원의 알고리즘이 3차원의 공감각적 실재로 변모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작가는 차가운 기계 언어를 공간의 리듬으로 치환하며 기술을 자신의 철학을 담아내는 ‘친애하는 동반자’로 대한다.
베라몰나의 작업은 종이 위에 심어진 정교한 ‘알고리즘의 씨앗’으로서 기술이 예술적 사유의 본질에 어떻게 닿을 수 있는지 증명한다. 특히 베라몰나의 작업은 여성 예술가가 기술이라는 차가운 영역을 주체적으로 점유하고 기계의 논리 속에 자신의 조형적 감각을 투영했다는 점에서도 귀중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는 기술을 남성적인 전유물로 보던 당대의 편견을 깨고 정교한 데이터와 직관적인 예술적 감성이 융합되는 지점을 포착해 냈다.
‘마이그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 루프랩 부산과의 연계
어컴퍼니에서 보여주는 정혜련의 정교한 레이어링 작업은 현재 부산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미디어 페스티벌 ‘루프랩 부산(Loop Lab Busan)’의 동일고무벨트(DRB) 동래공장 전시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어컴퍼니의 전시가 알고리즘의 세밀한 요소들을 공간에 안착시키는 미학적 근원을 보여준다면, 동일고무벨트에서 펼쳐지는 <마이그레이션(Migration)>은 그 선들이 산업 현장의 거대한 장소성과 조우하며 폭발적으로 확장되는 에너지의 이주를 담아낸다. 두 전시는 ‘과거의 계산이 현재의 감각이 되는 과정’을 공유하며 부산이라는 도시의 장소성과 결합한 디지털 문법의 공간감적 실재를 선사한다.
우리는 현재, 숫자가 감정이 되고, 계산이 감각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번 전시 <친애하는 알고리즘>은 차가운 모니터 너머에 존재하던 알고리즘이 예술가의 손길을 거쳐 어떻게 우리 삶의 공간 속으로 ‘다정하게’ 스며드는지 보여준다.
베라몰나가 선언한 디지털의 질서와 정혜련이 펼쳐낸 빛의 유영 사이를 거닐며, 기술이 지닌 딱딱한 외피 속에 숨겨진 '친애하는' 온기를 발견해 보길 바라며, 논리적 매트릭스가 정서적 공감으로 변모하는 이 특별한 순간은 관객 각자의 감각과 만나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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