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A MOLNAR
Jul.12 - Sep.14, 2024
-Part 1 : 07.12 - 08.10
-Part 2 : 08.14 - 09.14
어컴퍼니는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온 [베라 몰나 Vera Molnar]의 개인전을 7월 12일부터 9월 14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베라 몰나의 아시아 첫 개인전으로, 그의 대표작인 1970-80년대 플로터 드로잉뿐 아니라 1950년대 후반 연필 드로잉과 2000년대 페인팅, 실크스크린 등이 Part 1과 Part 2로 나누어 선보인다.
베라 몰나는 1924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 미술대학(Budapest College of Fine Arts)에서 회화, 미술사와 미학을 공부했다. 1947년부터 프랑스 파리로 이주, 파리에 머물며 작업을 해 왔다.
베라 몰나는 구성주의와 개념미술, 입체파와 아방가르드 운동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매체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미니멀하고 기하학적 형태뿐만 아니라 예술을 제작하는 체계적인 프로세스 적용에 대한 관심이 컸다.
예술과 수학의 관계에 대해 고민해 오던 1959년, 선과 형태를 자리 잡기 위한 가이드를 모눈종이에 손으로 그리는 과정에서 간단한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부터 베라 몰나는 특정한 일련의 수학적이고 규칙적인 명령과 스스로 부여한 엄격하게 통제된 구성 방식에 따라, 가능한 모든 시각적 구성의 변형을 제공하는 ‘상상(가상)의 기계’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험해 왔다.
1968년, 파리 소르본느 대학의 실험 심리학 연구실에서 알게 된, 초기 프로그래밍 언어 ‘포트란 Fortran’을 독학한 뒤, 기술적 가능성에 흥미를 느끼며 알고리즘의 매력에 빠졌으며, 컴퓨터 언어의 기반인 0과 1 이진법의 언어로 컴퓨터에 명령어를 입력하여 프로그래밍한 후, 플로터 프린터를 이용해 프린트하는 방식의 디지털 드로잉 작업을 이어 나갔다.
"컴퓨터는 나를 위해 태어난 것 같아요."
_갤러리 라파예트 전시 인터뷰 중, 2016
Hypertransformation
Computer drawing with plotter on Benson paper
52.5x36cm
1974
Four minus one
Computer drawing with plotter on Benson paper
55x36cm
1975
베라 몰나는 예술의 창의성과 수학적 정확성의 교차점을 고민하며 시각적 구성을 생성하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또한 이 알고리즘과 코딩을 이용하여 끊임없이 반복되고, 생성되고, 변형되는 패턴과 모양의 추상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혁신적인 방식을 통해 손으로는 불가능한 복잡한 추상 작품의 제작이 가능해졌으며, 베라 몰나는 이로 인해 컴퓨터를 예술도구로 사용한 프랑스 ‘최초의 예술가’가 되었다. 그녀의 철저한 시스템 기반의 접근방식은 예술과 기술 간의 관계를 정립하는데 이바지하였으며, ‘제너레이티브 아트(Generative art/생성 예술)’와 ‘컴퓨터 아트’ 및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 왔다.
1976년, 체계적인 회화적 실험을 촉진시키기 위해 남편인 프랑수아 몰나 (François Molnár, 1922-1993)와 함께 ‘Molnart’라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영국의 센트럴 런던 폴리테크닉(Polytechnic of Central London) 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 ‘Transformations’을 가졌다.
베라 몰나의 나이 81세인 2005년, 디지털 아트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가에게 수상되는 상인 제 1회 디벨로프 디지털 아트 어워드(D. velop Digital Art Award -현, DAM Digital Art Award로 변경)를 수상했다.
세계 유수의 뮤지엄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으며, 프랑스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영국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ictoria & Albert Museum),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등 전 세계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또한, NFT의 판매가 침체하기 시작한 2023년 7월, 세계 최대 경매 회사 중 하나인 소더비(Sotheby's)에서 진행한 ‘제너레이티브 아트’ 컬렉션 경매에 출품된 베라 몰나의 ‘테마와 변형 (Themes and Variations)’ 컬렉션 500점은 한 시간 만에 120만 달러(한화 약 14억 260만 원)에 매진되었다.
2022년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The Milk of Dreams’에 작품을 출품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다, 100세를 한 달 앞둔 지난 2023년 12월 7일, 파리에서 세상을 떠났다.
현재,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에 작품이 대거 소장되며, 퐁피두 센터에서의 개인전이 2024년 8월 26일까지 진행 중이다.
베라 몰나는 컴퓨터가 예술 연구를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도구가 되지만, 결국, 그것이 창작자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모든 창작 과정과 마찬가지로 작품에 대한 결정은 온전히 작가의 몫이며 알고리즘의 설정 또한 창작의 일부이다.
과학과 예술의 긴밀한 관계와 인간과 기계의 조합, 질서와 무질서, 우연성과 의도성 등 다양한 이슈들로 시대를 앞서나간 여성 작가, 베라 몰나의 전시는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과 예술가의 역할, 그리고 그 방향과 의미에 대한 깊은 고민과 울림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